[앵커]
미식의 나라로 불리는 프랑스는 밥 한번 먹는데 2시간은 쓰는 느긋한 식사 문화가 특징이죠.
그런데, 최근엔 빨리 빨리 식사하는 패스트푸드점이 인기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파리에서 조은아 특파원이 전합니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 파리의 중심가 샹젤리제 거리입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고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는 식당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문을 연 지 120년이 넘었고 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즐겨 방문한 유명 음식점도 있습니다.
한창 붐빌 점심시간이지만, 테라스 테이블에 앉은 손님은 거의 없습니다.
메뉴판을 들여다 보다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장 뤽 시르/ 은퇴자]
"식당에서 식사하는 비용이 올랐어요. 식당에 사람이 줄었어요. 예전에는 일주일에 세 번은 외식했는데 지금은 안 해요. "
사람이 붐비는 곳은 인근 패스트푸드점입니다.
야외 테이블에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꽉 찼고, 주문용 키오스크 앞에도 줄이 있습니다.
고급 유명 레스토랑이 몰려있던 샹젤리제 거리입니다.
제가 대로변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왔는데요, 패스트푸드점이 7곳이나 됩니다.
[마리-엘렌 벨장그/파리 시민]
"패스트푸드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어요. 제가 50살인데 우리 세대는 여전히 제대로 된 레스토랑을 선호하지만. 젊은이들은 패스트푸드를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
샌드위치와 햄거버, 샐러드 등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음식도 다양합니다.
2명 식사비는 2만 원대로, 한 명당 만 원이면 충분합니다.
바로 옆 고급 레스토랑 브런치 가격의 5분의 1에 불과합니다.
[시레스 타로니스/직장인]
“패스트푸드는 더 빠르고 양을 생각했을 때 더 경제적이에요. 물론 샐러드를 먹는 게 건강에 더 좋지만 샐러드는 이 메뉴보다 더 비싸요. "
프랑스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9%로, 지난해 4.8%보다 1%포인트 이상 올랐습니다.
고급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던 프랑스지만, 최근 치솟는 물가에 저렴한 패스트푸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겁니다.
올해 초 파리에 문을 연 한 패스트푸드점은 손님들이 건물을 둘러싸고 줄을 설 만큼 몰리기도 했습니다.
현재 프랑스의 패스트푸드점 매장 수는 5만 1500여 곳.
20년 사이에 4배나 늘어났습니다.
빵집들도 외식비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를 위해 간편 식사 세트를 저렴하게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마트와 카페들도 만 원대 도시락을 판매합니다.
멈추지 않는 인플레이션이 긴 시간 식사를 하며 음미하는 파리의 문화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채널A뉴스 조은아입니다.
영상취재 : 이수연(VJ)
영상편집 : 김지향